한라일보 [성주엽의 한라시론] 봄소식입니다. 기사를 twitter로 보내기 기사를 facebook으로 보내기 2018.03.03

매화나무1.jpg


3월 2일 한라일보에 기고한 생각하는 정원 성주엽실장님 글[봄소식]입니다.
http://m.ihalla.com/Article/Read/1519916400587716099


나무는 언제부터 봄을 준비할까? 봄이나 겨울이라고 대답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또 이 시기에 정원을 관람하는 분 중에는 잎이 다 떨어져 볼 게 없다는 분도 있다. 그러나 지금 이파리가 다 떨어진 앙상한 가지를 가까이 다가가 관찰해보면 가지마다 붉은 혹이 달려 있는 것들을 볼 수 있다. 꽃이 되고 이파리가 되는 순이나 눈은 실상 뜨거운 여름을 마감하는 늦여름부터 나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나무는 그 해 늦여름부터 다음 봄을 준비하는 것이다. 시리도록 푸른 무성한 여름, 이파리들이 물기가 빠지고 낙엽으로 하나 둘 떨어지는 것도 다음 해를 준비하기 위해 부지런히 버리는 작업을 하는 과정인 것이다. 가을도 아닌 여름부터 다음 봄을 준비한다니….

정원에는 매일같이 버리는 나무가 있다. 아침 청소를 하노라면 그 나무 앞에서 많은 시간을 소요하게 된다. 365일 매일같이 그 나무 아래에는 생명력의 잔재들인 수많은 이파리들이 떨어져 있었다. 매일 버리면 약해질 법도 하건만 수없이 많은 이파리를 떨어뜨리고도 더 푸르고 건강했다. '버려야 다시 산다'는 것은 우리 삶에 꼭 필요한 교훈을 주는 대목이다. 무언가를 목적하고 버리는 것은 힘들지가 않다. 버릴수록 더 노력하게 되고 또 다른 나를 꽃피울 수 있는 희망이 생기기 때문이다. 나무는 내게 깨달음을 주는 스승이다. 이 이야기를 전할 때 나 역시 나를 돌아보게 된다. 정원은 우주이며 나무는 그 안에 존재하는 별이다. 그 신비롭고 성실한 삶이 단 한순간도 멈춰 있지 않다. 그리하여 가까이 다가가고 느끼려 하고 캐내려 하면 나무들이 전해주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동반자와 함께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혼자 나무를 친구삼아 다닌다면 나무는 자신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고 이야기해 줄 것이라 확신한다.

2월 중순이면 이른 봄을 알리던 매화도 이제야 결국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매경한고 발청향(梅經寒苦 發淸香 매화는 혹한의 고통을 다스려야 맑은 향을 발산한다는 의미)". 아무도 꽃을 피우지 않는 겨울, 땅의 기운을 끌어올려 청아한 향기를 뿜어내는 매화에게 선구자의 위대함을 보는 듯 존경을 금치 못하고 홍매화, 청매화, 백매화가 꽃을 피우는 모습에 절로 미소가 번진다. 매화나무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느껴지는 청아한 향기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시원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며 행복감에 빠져들게 한다. 추운 겨울에만 볼 수 있는 매화를 보지 않고 겨울이 지나간다면 아쉽지 않을까. 매화를 찾아 시간을 내어 봄이 어떨까!

봄의 전령인 복수초가 드디어 땅에서 노란 얼굴을 내밀고 영춘화도 한 송이 한 송이 피어나 일 년 중에 가장 아름다운 한 순간을 빛내기 시작하면 돌담 위에 파삭파삭 부서질 듯 얽혀 있던 등나무에도 가지마다 물이 오르기 시작한다. 나무의 뿌리와 줄기의 세포 세포마다 기억을 심어 때를 알고 꽃을 내고 잎을 내는 나무는 볼수록 신비롭다. 자신의 때를 준비해 온 나무들 덕에 봄은 이렇게 다가오고 있다.

유난히 춥고 눈이 많았던 올 겨울은 더욱 길게 느껴졌을 것이다. 더딘 봄을 기다리던 중 평창 동계올림픽에 눈이 갔다. 영광과 아쉬움의 소식을 접하며 영광의 순간은 결코 우연이 아닌 수많은 노력이었고 이를 이루기 위해 뒤에서 수고한 조력자들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영광의 순간은 올림픽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움직이지는 않지만, 말하지는 않지만 나무들은 봄을 맞이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준비하고 준비해왔다.

진정한 봄은 결코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각자 준비한 노력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축제인 것이다. 겨울이 지나가는 이 길목에서 나는 지금 봄을 맞이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 왔는지 반문해 본다. 올해는 더 봄이 간절하다. <성주엽 생각하는정원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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